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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해리 포터도? 잘못 번역한 제목이 신의 한 수 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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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영화를 수입해서 제목을 번역할 때 오역이 난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의도를 했든 진짜 몰라서 발생한 오역이었든, 그럼에도 이렇게 잘못 번역한 제목이 신의 한 수가 되어 영화를 살린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작품들이 있었는지 함께 보실게요.

 

 

 1   남아있는 나날 (1993)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1993년 영화 '남아있는 나날'의 원제는 'Remains of the day'입니다. 원래 제목의 뜻은 '그날의 흔적들' 또는 '그날의 기억들'이라는 의미입니다. 주인공 안소니 홉킨스가 여행 중 1930년대 국제회의 장소로 유명했던 달링턴 홀에서 주인 달링턴 경과 함께 했던 지난날을 회고하는 줄거리만 봐도 제목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일본어판 제목이 '그날의 잔영', 중국어판 제목은 '긴긴날의 남겨진 흔적'으로 원제와 유사한 의미로 번역되었지만, 가즈오 이시구로의 동명의 원작 소설에서부터 영화 모두 국내에서는 '남아있는 나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및 개봉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영화팬들은 오역에도 불구하고 느낌상으로나 한국어 제목인 '남아있는 나날'의 손을 들어주는 팬들이 더 많다고 하네요. 

 

 

 2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1960)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9년 개봉 영화 'North By Northwest'의 국내 번역 제목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Northwest가 '북북서'가 아닌 미국 항공사 '노스웨스트'를 의미하는 고유 명사인데 그걸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로 오역했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의미를 담은 번역이었다면 '노스웨스트 항공기를 타고 북쪽으로'라는 제목이 나왔겠지만, 글쎄요, 그냥 들어만 봐도 영 아닙니다. 오히려 완전 무지에서 발생한 오역인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가 액션 스릴러 영화인 이 작품에 훨씬 스릴 넘치는 긴장감을 주는 제목입니다.

 

 

 3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2003)

제7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은 'Lost in translation'의 국내 제목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입니다. 도쿄로 여행 온 두 미국인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구성상, translation이 통역이라는 의미로 읽히겠지만, 그러나 여기서 'translation'은 '통역'이 아니라 '황홀'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적확한 번역은 '황홀경에 빠지다'는 의미 정도가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제목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였고, 영화팬들은 2000년 영화 'Hight Fidelity'를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로 의역한 사례를 들어 오역이든 의역이든 무난하게 잘 나온 제목으로 평가하는 쪽이 많습니다. 

 

 

 4  가을의 전설 (1995)

짐 해리슨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Legends Of The Fall'에서 'The Fall'은 가을과는 전혀 무관한 성경 속 아담과 이브의 타락에서 유래된 인간의 타락 혹은 몰락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 의미 그대로 살려 '타락의 전설', '몰락의 전설' 혹은 조금 더 나아가서 '타락한 자들의 전설', '전설적 몰락' 이런 의미로 가면 아무리 봐도 맛이 살지 않습니다. 'The Fall'을 '가을'로 오역해서 나온 '가을의 전설'이 주인공 브래드 피트의 분위기와도 잘 들어맞아 신의 한 수가 된 영화가 됩니다. 

 

 

 5  007 살인번호 (1962)

제임스 본드 007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인 '007 살인번호'의 원제는 '007 Dr. NO'였습니다. 중국계 악당 노 박사를 무찌르는 내용이라서 'Dr. NO'가 들어간 것인데, 이 영화는 후에 제목이 '007 살인번호'로 수정됐지만, 처음 국내 개봉 당시 제목은 '007 의사는 필요 없다'였다고 합니다. 의사(Dr.)가 필요 없다(NO)였죠.

하지만 원제를 제대로 번역했다고 해도 '007 노 박사를 쫓아라' 이런 의미였다면 좀 아니지 않나요? 중국계 악당 노 박사의 의미를 완전히 죽이고, 허락 없이 언제고 살인을 저질러도 무방하다는 제임스 본드의 살인 번호의 의미를 살려 NO를 번호로 바꿔버린 것이 오히려 신의 한 수였습니다.

 

 

 6  작은 신의 아이들 (1986)

1986년 윌리엄 하트 주연의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의 원제는 'Children of a Lesser God'입니다. 여기서 'Lesser God'는 '작은 신'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를 포함한 12 올림푸스 신보다 하위에 있는 신을 뜻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하위 신의 아이들', 영 아니지 않나요? 오역이 신의 한 수였답니다.

 

 

 7  죽은 시인의 사회 (1989)

1989년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로 제6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의 후보에 올라 각본상을 수상했던 '죽은 시인의 사회'의 원제는 'Dead Poets Society'입니다. 

이 영화 개봉 당시 국내 영화인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제목이 오역이냐 아니냐로 무척 시끌시끌했는데요. 엄밀하게 영화의 내용과 비교해보자면 원제목인 'Dead Poets Society'의 'Society'는 '사회'라는 의미보다는 클럽, 협회, 동아리라는 의미로, '죽은 시인의 클럽'이 적확한 번역이 되겠지만, 하지만 말맛은 '죽은 시인의 사회'가 더욱 감칠나죠.

 

 

 8  사관과 신사 (1982)

테일러 핵포드 감독, 데브라 윙거와 리처드 기어 주연의 1982년 영화 '사관사 신사'의 원제는 'An Officer And A Gentleman'입니다. 사관학교를 배경으로 한 만큼 제목 또한 그에 걸맞는 아무 문제 없는 번역 같지만, 하지만 영화를 보면 사관은 나오는데 신사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관의 신사'의 원제 'An officer and a gentleman'은  사실 두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관학교에서 추구하는 하나의 덕목으로, 장교(An officer)로서의 당당함과 신사(a gentleman)로서의 품격을 갖추라는 군대식 의미입니다.

이를 잘못 오역해서 마치 두 명의 사람처럼 해석한 오역인데요. 하지만 사관생도 리차드 기어의 젠틀한 로맨스를 보다 보면, 오역이 천만다행, 신의 한 수였음은 누구나 인정할만하네요. 

 

 

 9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1981)

잭 니콜슨과 제시카 랭 주연의 1981년 영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의 원제는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로, 국내 개봉 당시 처음 제목은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였습니다. 

제목만 보면 우편배달부 잭 니콜슨이 제시카 랭과 불륜을 저지르기 위해 서로 간의 비밀 암호로 벨을 두 번 누르는 것으로 오해가 될 법도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에서 우편배달부는 전혀 등장하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극 중 주인공을 맡은 잭 니콜슨은 우편배달부도 아닌 전과자 출신의 건달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하면요. 사실 원제에 등장한 'Postman'은 우편배달부를 뜻하는 단어가 아닌 '바람을 피우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남자'를 뜻하는 영어권의 속어로, 원래 제대로 된 번역이었다면, '바람둥이는 언제나 벨을 두 번 울린다'가 되어야겠지만,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로 오역이 되었고,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개봉 당시 전국의 우편배달부들의 거센 항의를 받게 되면서 영화는 제목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로 수정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당시 이러한 얘기들이 큰 화제가 되면서 오히려 영화에 대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작용, 거기에 1980년대 3S정책으로 흥행공식인 에로틱한 포스터까지 화제가 되면서 이 영화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국내 흥행을 거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10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2001)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원제는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으로 여기서 'Philosoper's stone'은 '마법사의 돌'이 아닌 '철학자의 돌' 혹은 '현자의 돌'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하지만 조앤 K. 롤링의 소설이 미국에서 발간될 때, 시리즈 첫 편의 제목으로 '현자의 돌'이라는 단어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서 아이들 판타지를 자극할 수 있는 '마법사의 돌(Sorcerer's Stone)'로 소설 제목을 바꿨고, 한국판은 영문 제목은 그대로 'Philosoper's stone'을 유지하고, 한글 제목만 미국판을 따라 '마법사의 돌'로 출간을 하게 됩니다.

영화 역시 이 절차를 따라 ‘해리 포터와 현자의 돌’이 아닌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개봉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영화가 마법을 소재로 한 작품임을 쉽게 인식해 주었다는 호의적 평가가 다수였다고 합니다. 의도적 오역이 영화를 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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